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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접근하는 쉬운 방법

▲ 최보영 화가 & 미술전문작가

 

경기헤드뉴스  | 탈무드에선 인간에겐 숨길 수 없는 세 가지가 재채기와 가난 그리고 사랑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늘 사랑이 회자 되는 것을 보면 사랑이란 굳은 의지를 가진다고 해도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숨길 수 없는 것은 그것에 국한되어 있지만은 않은 것 같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게 되어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의 직업이나 전공 혹은 취미에 대한 추측이 가능해지곤 한다. 어쩌면 그 분야에서 살아온 환경과 그렇게 살아올 만큼 그것에 대한 애정, 즉 사랑이 있었음에 애써 숨겨지지 않았을 것이리라 설명한다면 앞서 말한 부분과 결국은 상통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경우를 이야기 하는지 풀어보자면 와인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할 때의 에피소드이다. 와인 모임을 할 때면 모임 특성상 매번 새로운 와인을 시음해 보고 그것에 대한 느낌을 서로 나누게 되었다.

 

드라이하고 묵직하면서도 섬세하고 피니시가 길다 등의 보편적인 이야기는 와인을 수년 동안 즐겨온 동호회 사람들에겐 식상하기도 했기에 보다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느낌을 자연스럽게 말하다 보니, 와인을 맛본 각자의 감각은 자신만의 표현에 그 사람만의 경험을 녹이고 있었다.

 

같은 와인이 만나는 사람에 따라, 영화의 한 장면으로 시의 한 구절로 때론 어느 책의 마지막 부분이 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어떤 음악을 떠올려 주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정 음식을 생각나게 해 주었으며 나에게는 어느 미술관에서 보았던 작품을 생각나게 해주었다.

 

한 와인을 두고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의 표현들을 한자리에 두고 그것의 공통점을 찾다 보니 서로의 직업이나 취미는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었던 재미 있던 일화이다.

 

서로의 전공이나 취미가 다르다 보니 생소한 부분도 으레 있었겠지만 유독 그림 이야길 하면 극과 극의 반응이 나타났다. 흥미와 포기. 그림은 알고 싶지만 접근이 어렵다 보니 단념이 쉽게 되더란 이야기와 함께 그림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할 이야기가 많을 수 있다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이었다.

 

미술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과연 훌륭한 도슨트 뿐일까. 그림을 읽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특정 직업인만이 가능한 일 일까. 아니라면, 과연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부터 긴 시간을 두고 탐독하는 것이 순서인 것일까.

 

책을 읽게 하고 싶다고 말 못 하는 아이한테 가나다라 활자부터 가르쳐줄 수 없듯이 그림도 그 기원부터 책으로 먼저 배우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말을 할 줄 알게 되면 말하고 싶어지고 그러다 읽고도 싶어지는 것처럼 그림도 보는게 우선이다.

 

보다 보면 어느 날 미술사 마저도 공부하고 싶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굳이 미술관을 매일 찾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은 세계 각지의 인터넷 미술관도 모두 열려있을 뿐만 아니라 그림을 쉽게 접하게 해주는 앱도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음악을 듣고 운동을 하는 루틴에 더해 알람과 함께 명화 한 작품씩을 보내주는 어플도 깔아본다면 이제 그림을 읽는 사람이 되는 일은 그리 멀지 않다.

 

연꽃이 핀 연못을 보면서 가을날 바람 부는 보리밭을 보면서, 시야에 들어보는 장면과 오버랩 되는 작품이 떠오르고, 흥겨운 왈츠 음악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마시는 와인의 아로마 속에서도 분명 머릿속에서 기분 좋게 펼쳐지는 작품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왜냐 하면 애착을 갖고 사랑을 하게 되면 그것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숨길 수 없이 보여 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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