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에 “말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말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말은 해야 맛이고, 임은 품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라는 말도 있다. 할 말은 당당히 하라는 뜻이다.
우리 인간사에 말은 의사소통의 수단이고 방법이다. 태어나서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말이다. 남자는 하루에 15,000말을 하고, 여자는 25,000말을 해야 하루가 지난다.
말 한마디에 흥하고 망하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말이란 자신의 품성과 자질에서 우러나오는 인격이며 척도다. 어느 사람은 말속에 인향(人香)이 묻어나고, 어느 사람의 말속엔 뼈가 박혀 있고, 어떤 말은 하거나 들어서는 안 될 말도 있다.
말 한마디가 상대의 가슴에 못을 박아, 항상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가 있다. 말에는 거짓말이 있고, 정말(正語)이 있다. 욕설과 격려도 있고, 험담과 비방도 있다.
탈무드에 “남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자기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들어라.” “말이 씨앗이 된다. 웃으라고 한 말에 초상이 난다.”고 하면서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번 내뱉은 말은 쓸어 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면에서 생각하는 힘이 적은 사람일수록, 말은 많아지고 자기주장은 더욱 강하다. 임금의 말은 법이고 죄수의 말은 변명이고 거짓말이다.
열정적인 말에는 앞으로 나가는 힘을 얻게 되고, 사랑의 말은 희망을 싹틔워 준다. 위로의 말은 편안한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용기의 말은 심장을 뛰게 하여 미래를 보장하게 된다.
바른 말이란 거짓말 하지 말고, 잡담하지 말고, 이간질하지 말고, 욕하고 험담하지 말라는 뜻이다. 말에는 나 하나를 움직이는 말, 열 사람을 움직이는 말, 백성을 움직이는 말이 있다. 그 말의 무게는 곧 말하는 사람의 인격의 무게이며, 책임의 무게이기 때문에 제각기 다르다.
나를 새롭게 하는 것은 가슴속에 간직한 한 권의 책이요, 나를 꿈꾸게 하는 것은 가슴속에 간직한 한 마디의 말이고. 나를 붙들어 주는 것은 가슴속에 간직한 한 사람의 얼굴이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앙리 파브르’는 담임교사의 칭찬 한마디에 곤충학자가 되었다.
우리의 주변에서 보면 “말”이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나도 조용한 사람이 있다. 회의나 모임에서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있어도 한마디를 안 한다. 점잖은 사람인가! 비굴한 사람인가!?
비굴한 침묵은 할 말을 안 하는 것이다. 정의롭고 당당하지 못하여, 남의 눈치와 핑계를 대면서 모른 체하는 행위다. 소신과 줏대가 없어 남에게 잘 굽히는 행위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행위에 반사 이익을 보려는 사람이다. 남의 돌팔매에 밤 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기회주의자인가?
고려의 4대 임금 ‘인종’은 당시에 ‘이자겸’이 난을 일으키자, 전남 영광으로 귀양을 보냈다. 이자겸은 영광에 가서 임금한테 ‘굴비’를 진상해 올렸다. 이자겸의 마음은 “비굴”하게 살아가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굴”의 말에 반대되는 고기 ‘굴비’를 진상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역시 당당하게 살겠다는 선비다운 곧은 정신이다.
오늘의 지도자와 정치인들을 살펴보자.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다. 할 말을 못 하고 있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입법을 논하고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옳고 그른 정도를 구별하지 못하고, 여전히 유구무언이다. 판단력이 부족한가! 자신의 인격 때문일까?
최근 국내의 화두가 되는 것이, 지난해 “4.15 부정선거 규명”과 “언론징벌법”의 제정이다. 4.15 부정선거도 아직 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 또다시 대선을 치르다니! 보지 않아 본 듯 ‘뻔할 뻔’ 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국회의원들은 말이 없다. 의원들의 가슴엔 정의가 살아있는가! 눈과 귀는 있는가! 입이 없다고? 밥은 어디로 먹는고? 이빨이 없어서! 그래서 말을 못한다! 하하 웃긴다. 비굴한 침묵보다는 당당한 말 한마디가, 자신의 인격과 얼굴을 지켜주고 있다. 말은 해야 맛이기 때문이다.
전) 평택 청북초등학교장
이 세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