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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어머니의 달라진 손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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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헤드뉴스 성미연 기자 |

추석 명절은 매 해, 환절기에 깍두기처럼 끼어 있어 늘 좋고 싫음의 경계선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계절인지라 이 맘 때 쯤, 나는 말의 온기와 음식에 대해 생각한다.

 

명절 음식이 주는 추억...나이든 모든 여자들의 손끝에서 빚어지는, 쨍하는 햇빛의 날카로움 같은 맛도 있지만 박명의 어둑시근한 맛도 함께하는 저리저리한 음식들...

 

가족 간의 입에 달린 사랑해, 힘내가 아닌, 한 생애들이 녹아 있는 오랫동안 아궁이 불에 덥혀진 조약돌 같은 온기 가득한 말과 음식들, 그러한 온기들이 사실은 우리를 먹이고 입히고 재워 이 세상에 내보냈을 거라고...

 

조미료와 양념을 많이 친 음식은 맛있다. 하지만 정작 주재료의 맛은 잘 느낄 수가 없다.

조미료와 양념 맛에 혀가 속기 때문이다. 마치 국자가 맛을 모르는 것처럼....

결국 깊은 맛이 없다는 뜻이다.

 

한 평생을 살며 다시금 찾아 맛볼 수 없는 음식의 맛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머니가 자식과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 때 쏟아냈던 무한사랑의 정보로 각인되어져 있는 어머니의 손맛이다.

 

세상에서 오직 어머니만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랑의 토션필드(동양식 표현:氣)란 이야기다.

다시 말해, 자식들과 가족을 향한 어머니의 지극한 마음의 정보는 어머니만이 창출할 수 있는 토션필드 이었기에 세상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손맛으로 각인 되어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어머니의 토션필드가 들어 있는 음식을 먹었기에 늙어서도 그 때 그 맛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정 잊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어머니의 음식 맛이라기보다 당시 어머니가 음식을 만들면서 쏟아낸 자식과 가족을 생각하는 한없는 사랑의 정보가 아닐까...

 

음식 맛은 마음과 정성과 사랑이 어우러지는 손맛에서 나온다. 재료들을 다듬고 자르고 직접 손으로 버무리는 그 과정들이 외국인들 눈에는 자칫 비위생적으로 비칠 수 있겠으나 필터링 되지 않고 직접 음식에 전달되는 가족을 향한 어머니의 지극한 마음의 토션필드를 우리 모두는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여러 사람과 같이 살면서 갖게 되는 기쁨 중 가장 큰 기쁨은 대화와 나눔의 기쁨이라고 한다. 즉, 인간으로서 느끼는 온기와 존재감, 교감을 통해 얻는 기쁨을 뜻할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 컴퓨터는 이제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 메김을 확실히 하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컴퓨터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으며 온기를 느낄 수도 없다.

일은 같이 할 수 있어도 마음의 온도차를 나눌 수 없는 것이다.

 

나와 함께 더불어 기뻐하거나 슬퍼할 누군가가 내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고 눈빛을 교환하면서 맞잡은 손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이야기 나눌 대상이 있다는 것, 그리고 기꺼이 이야기 대상이 되어 준다는 것....

가까운 친구가 대신할 수 없는 혈연으로서, 가족으로서 갖는 뜨거움이 있다.

 

여러 번 덧 바른 페인트처럼 감정표현에 대한 우리의 저항은 얼마든지 벗겨질 수 있다.

그러므로 할 수 있을 때, 나이 들면 맛을 보는 감각기관도 떨어진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들여 내어 놓는 음식에 대해 기꺼이 큰 리엑션으로 늙은 노모의 정성과 사랑에 답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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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연 기자

성미연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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