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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미식의 성소, 라망시크레에서의 감각적 여정

미식의 정점의 순간, 예술을 만나다

 

경기헤드뉴스 최보영 칼럼니스트 | 서울 레스케이프 호텔 26층에 자리한 라망 시크레(L’Amant Secret)는 그 이름만으로도 한껏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비밀스러운 연인’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감각을 일깨우고 감정을 자극하는, 마치 은밀한 성소와도 같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붉은 커튼과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고풍스러운 공간이 시선을 압도하며, 마치 프랑스 어느 저택의 살롱에서 식사를 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손종원 셰프가 이끄는 라망시크레 팀과 벽면을 가득 채운 최랄라 작가의 예술적 손길이 더해진 이곳은 서울 속 작은 예술의 무대가 된다.

 

 

첫 번째 막: 환상적인 오프닝과 팝업 요리의 연출

 

라망 시크레의 첫 코스는 시작부터 특별하다. ‘쁘띠 라망 시크레’는 하나의 미니어처 연극처럼 연출된다. 테이블 위에 펼쳐진 팝업 카드는 마치 연극 무대를 본떠 만든 듯, 셰프와 소믈리에를 닮은 작은 인물들이 연인들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요리가 오르기 전 이 작은 연극을 감상하며 식사를 기다리는 경험은 흔치 않다. 이 시각적 즐거움과 설렘이 함께하는 오프닝은 라망 시크레에서의 미식 여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두 번째 막: 캐비어와 달걀, 그리고 검은 상자 - 미각의 정점

 

라망 시크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요리를 꼽으라면 단연 ‘캐비어와 달걀’과 ‘검은 상자’가 떠오른다. 캐비어와 달걀은 단순히 럭셔리한 재료의 나열이 아니다. 노란 사바용 소스 아래에 숨겨진 달걀과 캐비어는 각각의 맛과 질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한 스푼 떠 입에 넣는 순간 그 풍미가 폭발적으로 퍼진다.

 

 

사바용 소스의 부드러우면서도 산미가 감도는 맛, 달걀의 고소한 크리미함, 그리고 캐비어의 짭짤하고 농밀한 맛이 층층이 쌓이며 마치 미각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듯하다. 단순히 맛있는 요리가 아니라, 한 번의 스푼으로 미식의 정점을 경험하게 만든다.

 

 

검은 상자는 이곳에서의 또 다른 미식적 모험이다. 오징어 먹물로 물들인 검은 외피는 마치 작고 비밀스러운 상자처럼 닫혀 있고, 그 속에는 땅콩 호박의 부드러운 속과 캐비어가 가득하다. 상자를 부드럽게 깨뜨리는 순간, 흘러나오는 호박의 단맛과 캐비어의 짭조름함이 어우러져 입 안에서 이질적이면서도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 요리는 눈으로, 손으로, 그리고 입으로 깨닫는 미식적 체험이다. 먹는 것 이상의 감각적 탐험을 제공하는 검은 상자는 라망 시크레의 예술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세 번째 막: 계절의 변주, 아귀간과 가을 버섯의 풍미

 

라망 시크레의 미식은 계절감을 잊지 않는다. 아귀간과 소테른 와인은 그야말로 가을을 응축한 듯한 요리다. 황금빛 소테른 와인 젤리가 마치 보석처럼 아귀간 위에 얹혀 있다. 차가운 젤리의 상큼함이 따뜻하고 묵직한 아귀간과 대조를 이루며, 입 안에서 느껴지는 온도와 향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와인의 풍미가 은은하게 퍼져나가며, 가을이 가진 풍성함과 그 결실을 느끼게 한다.

 

 

가을 버섯과 송이 사바용은 이곳에서 계절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요리다. 층층이 쌓인 버섯은 각각 다른 질감과 향을 가지고 있어, 한 입 한 입에 새로운 미각의 스토리를 담아낸다. 사바용 소스의 고소함이 버섯의 흙내음과 어우러져, 마치 숲 속에서 막 채취한 버섯을 먹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이 요리는 계절의 색과 향을 입 안에 가득 담아내며 라망 시크레가 추구하는 미식 철학을 보여주는 듯하다.

 

 

피날레: 감각적 마무리, 제주 녹차 타르트와 굿바이 키스

 

메인 디저트로 등장하는 제주 녹차 수플레 타르트는 말 그대로 제주 녹차의 진수를 담았다. 녹차 특유의 쌉싸름한 풍미와 타르트의 고소함이 어우러지며, 마지막 한 입까지도 그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강렬하면서도 깔끔한 마무리는 식사를 아름답게 끝맺는다.

 

마지막으로 제공되는 ‘굿바이 키스’ 초콜릿은 그야말로 라망 시크레에서의 시간을 잊지 못하게 만들어주는 한입이다. 각기 다른 맛을 가진 입술 모양의 초콜릿은 은쟁반에 담겨 등장하는데, 필자는 딸기 자스민과 피나콜라다를 선택했다.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 입 안에 퍼지며, 라망 시크레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달콤하게 마무리해준다. 이 초콜릿 한 입이 주는 의미는 마지막을 알리는 디저트가 아니라 다시 찾고 싶다는 강렬한 유혹으로 이어진다.

 

라망 시크레, 미식과 예술이 만나는 비밀의 정원

 

라망 시크레는 단순히 미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넘어, 감각을 깨우고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이다. 손종원 셰프의 창의적인 요리와 최랄라 작가의 작품이 함께 어우러져, 이곳에서의 경험은 마치 연극과 같은 감동을 남긴다. 서울의 한복판에서 만나는 은밀한 미식의 정원, 라망 시크레에서의 시간은 미식과 예술이 만나는 특별한 여정이 된다.

 

라망 시크레는 우리에게 묻는다. “음식이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면, 그 순간 당신은 무엇을 느끼고 기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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