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6.6℃
  • 구름많음강릉 18.0℃
  • 흐림서울 18.1℃
  • 대전 17.6℃
  • 박무대구 18.3℃
  • 흐림울산 19.3℃
  • 광주 19.3℃
  • 부산 21.2℃
  • 흐림고창 20.2℃
  • 구름많음제주 23.0℃
  • 흐림강화 17.7℃
  • 흐림보은 16.2℃
  • 구름많음금산 17.5℃
  • 흐림강진군 19.8℃
  • 흐림경주시 19.1℃
  • 흐림거제 20.7℃
기상청 제공

음식이 전하는 위로와 치유....양재천의 ‘후제(Fuje)’

미식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고찰

최보영 작가&화가

 

경기헤드뉴스 성미연 기자 | 미식은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를 넘어선, 삶의 한 순간을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문화적 경험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미식은 우리 일상 속에서 잃기 쉬운 정서적 평안과 육체적 건강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양재천의 ’후제(Fuje)’는 대지의 에너지를 담은 요리로 방문객에게 위로와 치유를 선사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양재천을 따라 걷다 보면 하얗고 간결한 외관의 건물이 눈길을 끈다. 그곳, 2층에 위치한 ‘후제’는 자연과 공존하는 미식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김종근 셰프의 철학은 단순한 재료의 나열이 아닌, 자연과의 공감을 통해 음식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은 메뉴의 구성을 통해서다.

 

셰프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농장에서 기른 신선한 채소와 허브들을 사용해 요리를 완성하는데, 이는 단순히 ‘유기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요리와 그 속의 재료들이 일종의 ‘대지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첫 번째로 등장한 요리는 Tomato다. 이 요리는 토마토워터, 스트라치아텔라, 멜론, 바질오일로 구성되며, 자연이 주는 신선함과 단순함 속에 숨어 있는 섬세한 맛의 레이어를 통해 미각의 감각을 깨운다. 스트라치아텔라 치즈의 부드러운 텍스처와 토마토워터의 산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입 안에 남는 잔향은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깔끔하다. 이는 셰프가 의도한 대로 대지에서 길어 올린 재료가 본연의 맛을 드러내도록 최소한의 기교로 마무리된 결과다.

 

 

이어 등장한 Keen’s gaper는 해산물의 신선함을 극대화한 요리다. 거제도에서 공수한 왕우럭조개와 바지락이 초리조 오일의 풍부한 풍미와 어우러져, 단순한 해산물 요리가 아닌 바다의 에너지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재탄생했다. 초리조 오일의 고소함과 레몬 콩피의 산미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해산물의 본질적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미각이 상쾌해지고, 그 안에 숨어 있는 바다의 힘을 느끼게 한다.

 

 

이후 등장한 Potato는 두백 감자와 백화고 버섯, 사워크림의 조합이다. 감자의 부드러운 질감과 백화고 버섯의 고소함이 교차하며, 입 안에 남는 여운이 길게 지속된다. 사워크림이 요리의 무게를 덜어내면서도 감자의 본연의 맛을 유지하게끔 돕는다. 감자는 흔한 재료일지 모르지만, 후제에서의 감자는 그 특별함을 재발견하게 만든다. 자연 속에서 자란 대지의 선물, 감자는 그 소박함 속에서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다음으로 소개된 Fuje의 샐러드와 사워도우는 후제의 철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요리다. 한뿌리농장에서 재배한 신선한 채소들로 구성된 샐러드는 파마산 채수 소스와 함께 제공되며, 그 맛이 단순함을 넘어서 재료의 본질적 향미를 강조하는 데 중점을 둔다. 채소의 아삭한 질감과 소스의 감칠맛이 미각을 깨우고, 천연 발효종으로 만든 사워도우는 그 고유의 신맛과 부드러운 텍스처로 함께 곁들여지는 요리의 깊이를 더한다. 이는 단순한 샐러드와 빵의 조합을 넘어선, 대지와 인간의 공존을 담은 예술적 요리로 다가온다.

 

 

메인 디쉬 중 하나인 White tilefish는 제주산 백옥돔을 주재료로 하여 유자 뵈르블랑 소스와 함께 제공된다. 바다에서 갓 잡은 듯한 신선한 백옥돔의 부드러움이 유자의 상쾌한 향과 만나 입안에서 폭발적인 맛의 향연을 이룬다.

 

이 요리는 후제의 다른 요리들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기교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있으며, 그 안에서 자연과 요리가 만들어 내는 조화로움이 돋보인다. 함께 제공되는 한뿌리농장의 계절 채소와 허브는 이 요리가 단순한 생선 요리에 그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미식을 경험하게 한다.

 

 

두 번째 메인 요리인 French rack은 프렌치 렉(양갈비)에 허브 크럼블과 쥬 소스를 곁들인 요리다. 양고기의 풍미는 진한 허브 크럼블과 어우러져, 그 고유의 맛을 깊이 있게 끌어올린다. 여기에 진하게 농축된 쥬 소스가 고기의 풍부한 맛을 더하며, 대지의 에너지가 그릇에 담긴 듯한 인상을 준다. 계절 채소와 허브 역시 이 요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육류의 무거움을 덜어내고 자연스러운 마무리를 돕는다.

 

 

디저트로 제공된 Basil은 바질 소르베와 샤인머스켓으로 구성된 상큼한 요리다. 전반적인 식사 후에 제공되는 이 디저트는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상쾌함과 산뜻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제공된 Petit four는 달콤한 초콜릿 봉봉과 카놀레가 준비되며, 식사의 여운을 달콤하게 마무리한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미각의 만족을 넘어서,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평안을 동시에 추구하는 미식의 완성이다. 셰프 김종근은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재료들을 사용하여, 자연이 주는 힘을 음식에 그대로 담아낸다. 이는 그저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며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미식 철학의 구현이다.

 

 

외식을 하고 나면 속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많은 이들도, 이곳에서는 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후제가 단순한 레스토랑을 넘어, 삶 속에서 음식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회복시키는 테라피 같은 공간임을 의미한다.

 

첫 방문에서 와인 페어링을 시도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만큼, 다음 방문에서는 와인과 함께 후제의 요리가 주는 감동을 한층 깊게 느껴보고 싶다. 미식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그로 인해 얻어지는 평안에 있다. ‘후제’는 이러한 미식의 본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며, 음식을 통해 우리에게 진정한 위로를 선물하는 공간이다.

 

글 : 최보영 작가&화가

프로필 사진
성미연 기자

성미연 대표기자
010-5650-8567

많이 본 기사

더보기

BEST 영상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