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헤드뉴스 최보영 기자 | 신선함의 본질을 맛보다
도심 한복판, 청담동에서 ‘신선도’라는 단어가 이렇게 절실하게 다가온 적은 드물었다. 고기 맛을 논할 때 흔히 마블링이나 숙성, 혹은 두터운 감칠맛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도직한우는 그 모든 미사여구에 앞서 ‘신선함’이라는 본질을 이야기한다. 말 그대로 도축장에서 식탁까지 단절 없이 이어지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물. 매일 아침 광주의 삼호축산에서 직송된 암소 한우는 공기와 빛에 노출될 틈도 없이 매장으로 도착한다. 고기의 붉은빛은 투명하고 선명하며,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한 질감을 품고 있다.
이 신선함은 단순히 시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고기를 다루는 방식, 보관과 해동의 절차, 온도 조절, 그리고 잘라내는 손놀림까지. 도직한우는 이 모든 단계에서 고기의 생명력을 지켜내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었다.

쌩고기 – 가장 순수한 형태의 감동
이 집의 대표 메뉴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쌩고기’다. 육사시미라 불리기도 하는 이 메뉴는 한우를 얇게 저며 생으로 내는 방식인데, 흔히 접하는 육회와는 또 다른 결의 세계를 보여준다. 얇게 썰린 고기는 입안에서 흘러내릴 듯 부드럽고, 씹을수록 육즙이 은은하게 퍼진다. 그 식감과 풍미는 도축장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논스톱’ 시스템이 아니고서는 결코 구현될 수 없는 맛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쌩고기에서 느껴지는 단정한 결. 고기가 숨기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하나의 생물적 감각으로 다가온다. 선도 좋은 고기를 손대지 않고 최대한 간결하게 내는 것. 미식은 때때로 기술이 아니라 절제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한 접시다.

통안창 – 장미처럼 피어난 직화의 미학
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도직한우의 상징과도 같은 ‘통안창’이다. 꽃처럼 말아낸 한 접시는 눈으로도 충분히 감탄을 자아내지만, 이 비주얼은 시작일 뿐이다. 실제로 불판 위에 올려지는 순간부터 진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기가 익어가며 장미의 겹처럼 하나하나 풀어지는데, 표면은 바삭하게 탄향을 머금고, 속은 촉촉하고 쫀득하다.
안창살은 특유의 고소함과 탄력 있는 식감을 지닌 부위다. 그러나 도직한우의 통안창은 단순한 안창살이 아니다. 날이 선 결을 살리면서도 질기지 않고, 구워질수록 단맛과 고소함이 번갈아가며 밀려든다. 오히려 손님이 고기를 직접 굽기보다는, 숙련된 직원들이 익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며 ‘가장 맛있는 타이밍’에 내려주는 방식이야말로 이곳의 미학을 완성한다.

육회와 빠데 – 식욕의 스펙트럼을 넓히다
육회는 신선도에 대한 또 다른 증명이다. 간결한 간으로 맛을 낸 육회는 날계란 노른자와 함께 비벼 먹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부드러운 식감, 담백하면서도 달큰한 풍미, 그리고 씹을수록 살아나는 고기의 결감. 정제된 방식으로 재해석한 전통의 맛이라 할 만하다.
사이드 메뉴인 ‘빠데’ 역시 인상 깊다. 고소한 기름이 위를 살짝 덮고 있는 빠데는 크래커, 피클, 견과류와 함께 제공되며 고기 코스 중간의 감칠맛 포인트가 되어준다. 단순한 사이드 디쉬가 아니라, 전체 식사의 구조를 설계하는 도구로 기능하는 셈이다. 와인 페어링이 가능한 손님이라면 이 구간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한 그릇의 정직함 – 된장과 무나물
코스를 마무리 짓는 건 된장찌개다. 그러나 여기서도 도직한우는 단순한 ‘식사’로 끝나지 않는다. 잘 삶아진 무나물과 된장찌개를 밥과 함께 비벼 먹으면, 그 자체로 깊은 위안을 준다. 이 된장은 짜지도 않고 과하게 끓이지도 않았다. 마지막 고기의 여운을 덜어내며 소화에 힘을 실어주는 정직한 국물, ‘밥 먹었다’는 기분을 만드는 완성형이다.

고기에 대한 철학, 식당에 대한 신념
도직한우는 단순히 맛있는 고기를 제공하는 식당이 아니다. 그것은 ‘도축장에서 식탁까지’라는 연결 고리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유통의 정직함을 고스란히 손님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이자 철학이다. 신선한 고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고기의 정직함이 전달되는 방식, 굽는 사람의 손길, 보조하는 음식들의 균형, 마지막 한 입까지의 설계. 도직한우는 이 모든 조건을 갖춘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