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헤드뉴스 성미연 기자 | 누구나 마지막 순간까지 뚜껑 열지 않은 채로 품고 가는 마음의 방 하나씩 가지고 살아간다. 편안한 옷처럼 입고 살아온 나의 인품과도 연결되지 않고, '나 답다'고 평가받아온 도덕성으로도 견줘 낼 수 없는 것들이 그 안에 담겨 있다.
때로는 허락받지 못한 인연이 수명조차 채우지 못하고 떠나려 할 때가 있다. 함께 가야 할 필연의 미래가 당연한 몫이 아니란 현실 때문에 지금이 소중하고, 순간이 안타까울지도 모른다. 그저 잠시 모호한 감정들에 휘둘리며 깊은 영혼을 아프게 바쳐 봐도 괜찮다.
인연의 끝자락에서 마주친 고단한 감정에 지치거든 그 김에 주저앉아 쉬어가도 괜찮다.
그리고 좋은 것을 먹자. 내 마음에 좋은 것을…
서둘러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가끔 헛디딘 발걸음조차도 하나의 점으로 찍혀 내 삶 속에 선으로 이어져 나아갈 것임을 믿어야 한다.
늘... 삶의 어느 시점까지는 어떤 인연이 나를 그곳에 데려다 줘야만 했었다. 그것은 부모일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인생길에서 만난 다양한 모습의 내 좋은 인연들일 수 있다.
그 ‘데려다 줌’이 끝난 이후엔 잡은 손 놓고 나 혼자서 남은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 어디인지는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의 길보다 혼자 가야 할 남은 길이 훨씬 험난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게 우리의 삶 속에는 잡고 온 이의 손을 놓아야 할 순간이 존재한다. 그곳이 바로 그 인연과의 마지막 지점이다.
그 인연의 손을 놓은 지점 어디에선가, 길 잃은 아이처럼 오랜 동안 그곳에서 혼자 울고 서 있으면 안 된다. 밝은 시선을 준비하고 꼿꼿이 고개를 들어가고자 하는 그곳에 나를 이르도록 해야 한다. 나의 공간에 더 이상 그는 없겠지만 이전보다 더 깊어진 눈빛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내가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물도 주지 않은 화초처럼 그들이 내 곁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헤아려 본다. 눈길 주지 않아 말라죽은 화초 신세가 되지 않도록 내게 주어진 인연들의 끝을 찬찬히 돌보아줘야겠다. 그들의 시간과 공간 속으로 잘 헤어져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 서로에게 어떤 인연으로 존재하는가.
긴 세월이 꽤 지난 후,
사소한 기억 속에서라도,
서로의 존재가 남아 있을지…….
그러기를 소망하며...
오늘의 미련을 잠재운다.
어쩔 수 없었던 거라고 고단한 감정에 지치거든 그 김에 주저앉아 쉬어가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