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헤드뉴스 성미연 기자 | 아직도 폭염이 한창인, 계절과 어울리지 않는 추석에 조율이시(棗栗梨柿)란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棗(대추나무 조), 栗(밤나무 율), 梨(배나무 이), 柿(감나무 시)
대추나무는 암수가 한 몸이고, 한 나무에 열매가 엄청나게 많이 열리는데 꽃 하나에 반드시 열매가 맺히고 나서 꽃이 떨어진다. 이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자식을 낳고 죽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통 씨인 대추 씨는 절개(節槪)를 뜻하며, 순수한 혈통과 후손(後孫)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대추는 붉은색으로 임금님의 용포(龍袍)를 상징하며 씨는 하나인데 열매에 비해 그 씨가 큰 것이 특징으로 이는 왕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왕이나 성현(聖賢)이 될 후손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의미와 죽은 혼백(魂魄)을 왕처럼 귀히 모신다는 자손들의 정성을 담고 있다.
밤나무는 땅속에 밤톨이 씨밤(생밤)인 채로 달려 있다가 밤의 열매가 열리고 난 후에 씨밤이 썩는다. 이는 밤이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자기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밤나무로 된 위패를 모신다. 밤은 한 송이에 씨알이 세 톨로 3정승(政丞), 즉,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의미한다.
누런 배의 껍질은 황인종을 뜻하고 오행(五行)에서 황색은 흙(土)의 성분으로 우주의 중심을 나타낸다. 또한 배의 하얀 속살은 우리 민족의 긍지인 순수함과 밝음을 의미하는 백의민족를 뜻한다. 배는 씨가 6개여서 육조(六曹-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판서(判書)를 의미한다.
감의 씨앗을 심으면 감나무가 나지 않고, 대신 고욤나무가 난다. 그래서 3년~5년쯤 지났을 때 기존의 감나무를 잘라서 이 고욤(쌍떡잎식물-감나무 묘목) 나무에 접을 붙여야 그다음 해부터 감이 열린다.
감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것에는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붙일 때처럼 아픔과 시련이 따른다는 뜻이다.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나무를 꺾어 보면 속에 검은 신이 없는 반면, 감이 열린 나무를 꺾어 보면 검은 신이 있다. 이것을 두고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그만큼 속이 검게 타들어 갔다 하여 부모를 생각하며 추석 차례상에 감을 올린다고 한다.
감은 씨가 8 개여서 8 방백(8도 관찰사, 8도 감사)를 뜻하는데 이는 8도 관찰사가 후손에 나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제상에 진설되는 대추, 밤, 배, 감은 상서(祥瑞)로움과 희망, 위엄(威嚴) 그리고 벼슬을 상징하는 과일로 제상 하나에도 선조들의 슬기로운 기원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