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헤드뉴스 권민성 기자 |
전쟁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전투기와 탱크가 화면을 채우던 시절은 저물고, 이제는 수백만 원짜리 드론이 수십억 원짜리 첨단 장비를 무력화하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이자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소장인 최기일 교수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드론이 전장의 셈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드론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세계 최초의 동력비행에 성공한 이후, 영국 해군은 1935년 무선조종 표적기 '퀸비'를 개발했다. '드론'이라는 이름은 이를 지켜본 미국 해군이 여왕벌을 따르는 수벌에 빗대어 자체 프로그램에 붙인 이름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무인기는 꾸준히 진화해왔지만, 오늘날처럼 전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은 최근의 일이다.
변화의 기점은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최 교수는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한 드론 상당수가 중국 DJI사의 상용 제품이었다"며 "군사용과 민수용 드론의 경계가 사실상 허물어졌다"고 설명했다. 과거 감시·정찰에 머물렀던 드론의 역할은 이제 공격, 자폭, 물자 수송, 통신 중계까지 확장됐다. 로우테크 기술인 드론이 최첨단 기술과 결합하면서, '쩐의 전쟁'이라 불리는 현대전에서 가성비 있는 대량 소모성 무기로 각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디코이(미끼) 드론' 전술이다. 레이더 반사면적을 키운 저가 드론을 대형 공격헬기처럼 위장시켜 상대의 값비싼 요격 미사일을 소모시키는 방식이다. 실제로 최근 이란이 걸프 국가들을 향해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드론을 뒤섞어 발사했을 때, 발당 수십억 원에 이르는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이 대거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수백만 원짜리 드론을 잡기 위해 수십억 원짜리 미사일을 여러 발 쏘는 비대칭 소모전이 실제 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최 교수는 드론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군이 전투의 상당 부분을 드론에 의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도 "여전히 양측 손실의 큰 비중은 포병 화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끊임없이 포탄과 자주포를 요구하고 스웨덴과 그리펜 전투기 도입 계약을 체결한 것도 재래식 전력의 본질적 가치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 최 교수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이 실전 드론전을 경험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2차 한국전쟁이 벌어진다면 서울에 대한 공격은 다양한 무기를 혼합한 방식이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을 막겠다는 발상보다 전략적 요충지와 핵심 자산을 우선 방어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광저우가 시 전역의 비행 물체를 통합 관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언급하며, 국내 대도시에도 유사한 드론 통합 관제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국방부는 지난 6월 26일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을 발표하고, 드론 2만 대 이상 확보와 함께 모든 장병이 드론을 제2의 개인화기처럼 다룰 수 있도록 50만 드론 전사를 양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산업적 과제도 만만치 않다. 세계 상용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중국 DJI가 핵심 부품을 사실상 무상 공급하는 방식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흐름을 견제하기 위해 자국 안보드론법을 통해 중국·러시아·이란·북한산 핵심 부품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다만 영상·음성 저장 기능이 없는 배터리는 예외로 두고 있다.
최 교수는 "K방산이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제조 기반과 노하우가 결집된다면, K드론 역시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값싸고 빠르고 촘촘한 무기를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시대, 한국의 대응이 어디까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상출처 : KTV 국민방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