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헤드뉴스 권민성 기자 |
국민주권을 정책 결정 과정에 실천하기 위해 마련된 공론의 장이자 정책 결정 플랫폼인 '모두의 토론회'가 첫 번째 주제로 광화문 한글 현판 병기 문제를 상정하고 본격적인 사회적 숙의에 착수했다. 이번 논의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인 광화문을 둘러싸고, 문화유산의 원형 보존 원칙과 한글이 가진 국가 상징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는 역사적으로 여러 의미가 겹치는 해다. 광화문이라는 이름을 얻은 지 600주년 정도 되었으며, 훈민정음 반포가 올해로 580돌을 맞았다. 아울러 한글날의 초창기 형태인 조선어연구회가 1926년에 시작한 가갸날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2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글 현판 추가 설치 검토의 필요성을 제안하면서 공론화에 불이 지펴졌다.
토론 현장에서는 찬반 의견이 치열하게 맞섰다. 병기에 찬성하는 측은 한자 현판을 떼자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둔 채 대한민국의 공용 문자인 한글을 함께 걸어 정체성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다수의 외국인 관광객이 광화문을 찾는 만큼, 한자와 한글의 역사적 맥락을 함께 보여주면 설득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1962년에 제정된 문화재 보호법이 원형 유지에 중점을 두었다면, 2024년 제정된 국가유산기본법은 가치를 지키면서도 창조적으로 개선·발전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문화유산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보존을 중시하는 반대 측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은 원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새로운 한글 현판을 추가하는 것은 문화유산의 진정성과 한글의 상징성을 인위적으로 상충시키는 일이며, 국가유산 체계 안에서 활용과 확산을 도모하더라도 기본적인 보존 원칙을 넘어설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한글의 국가 상징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해도, 그 사실만으로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추가해야 할 필요성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여러 조에서는 물리적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한글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들도 폭넓게 논의됐다. 현장 설문에서는 현판 병기보다 현행 한자 현판을 유지하며 다른 방식으로 한글의 가치를 알리자는 의견에 다소 무게가 실렸으나, 문항에 따라 병기 찬성 응답이 56~63%에 이르는 등 결과는 엇갈렸다.
분임 토론 과정에서는 미래세대의 의견을 더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레이저나 디지털 빔을 활용한 현판 구현을 비롯해 드론쇼, LED, 미디어파사드, 전시 등 다양한 디지털 첨단 방식이 두루 거론됐고, 광화문 인근 한글 특화 거리 지정이나 문화적 맥락을 설명하는 안내문 설치 등도 함께 논의됐다.
이번 모두의 토론회에서 확인된 뜨거운 열기와 숙의 과정은 향후 정부 정책 결정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토론회 결과만으로 병기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온라인 의견 게시판과 추가 설문조사를 거쳐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방침이다. 원형 보존과 시대적 가치 반영이라는 두 가지 고민 사이에서, 광화문과 한글의 우수성을 함께 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해법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주목된다.
영상출처 : 대한민국 N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