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헤드뉴스 권민성 기자 |
디지털 성착취물이 갈수록 교묘해지자 정부가 사후 삭제 중심의 대응을 넘어 범죄의 뿌리를 겨냥한 강수를 꺼내들었다.
지난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부처 합동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디지털 성착취물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근본적으로 다른 방법을 더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문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이에 화답해 강제력 있는 제재로 방향을 틀었다.
수치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2025년 한 해 동안 지원을 받은 피해자는 1만 637명에 달했다. 전체 지원 35만 2103건 가운데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이 31만 8020건으로 90.3%를 차지했다. 수사·법률·의료 지원보다 '지우는 일'에 역량이 쏠려 있다는 뜻이자, 끊임없이 재유포되는 영상 탓에 장기적인 삭제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방증이다.
피해는 특정 집단에 머물지 않는다. 여성 피해자가 75.4%로 다수지만 남성 피해자도 24.6%로 네 명 중 한 명꼴이다. 딥페이크와 랜덤 채팅을 악용한 범죄가 늘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10대와 20대 피해자가 전체의 77.6%를 차지해,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층일수록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문제는 지워도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외 서버에 자리 잡은 불법 사이트들은 국내법의 손이 잘 닿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삭제 요청을 무시하거나, 주소의 숫자 하나만 바꿔가며 같은 영상을 다시 올린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이 구조를 끊기 위해 정부는 초기 유포를 재빨리 막는 '골든 타임' 대응에 무게를 뒀다.
핵심은 돈줄을 말리는 것이다. 정부는 불법 유해 사이트 3만 5000개를 심층 분석해 운영 실태와 수익 구조를 파악했다. 이를 토대로 도박·불법 성인물·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 등에 붙는 불법 광고를 전면 금지·차단하는 제도를 법제화하고, 사이트 개설 행위 자체를 독립된 범죄로 규정해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법 개정을 검토한다. 텔레그램 등 해외 플랫폼에도 불법 영상물 신고와 수사 단서 제공 의무를 부여할 방침이다. 확산 전에 신속히 차단할 수 있도록 '긴급 차단 요구권'도 새로 도입한다.
대응 기술도 진화한다. 정부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선제적으로 나선다. 신고된 영상과 동일성이 확인되면 AI가 자동으로 찾아내 삭제하거나 삭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24시간 쉼 없이 불법 영상을 추적한다. 사람이 만든 위조 영상을 기계가 잡아내는, 이른바 'AI로 만든 영상은 AI로 잡는' 대응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소중한 일상이 어딘가에서 유포되고 있을지 모른다. 삭제라는 뒷수습에서 벗어나 범죄의 수익과 뿌리를 겨냥한 이번 대책이 촘촘히 자리 잡는다면,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더는 숨을 곳을 찾지 못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영상출처 : KTV 국민방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