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옥 – 기술을 지나 단맛으로 돌아오다

  • 등록 2026.02.03 18: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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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요리를 통과한 셰프의 디저트는 왜 단순해졌

경기헤드뉴스 최보영 기자 | 분자요리의 시대를 지나온 셰프

 

신동민 셰프는 한국에 분자요리가 소개되던 초창기를 직접 경험한 요리인이다. 요리를 감각이 아닌 구조와 과학의 언어로 해석하던 시기, 그는 식재료의 질감과 밀도, 온도 변화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조리 표현을 시도해왔다. 당시 분자요리는 기술의 과시가 아니라, 요리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실험적 언어였다.

 

일본 요리 교육을 기반으로 한 조리 경험과 해외에서의 실험적 환경은 그의 요리에 기술적 정확성과 구조적 사고를 동시에 남겼다. 재료를 해체하고 다시 조합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그는 맛을 ‘쌓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으로 이해하게 됐다.

 

기술 이후에 선택한 단순함

 

모든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뒤, 신동민 셰프는 오히려 복잡한 장치를 덜어내기 시작했다. 화려한 기법보다 중요한 것은 재료가 가진 질감과 단맛의 중심을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가였다. 이는 기술의 포기가 아니라, 기술을 충분히 이해한 이후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그 선택의 결과물이 가로수길의 디저트 공간 당옥이다. 이곳의 디저트는 과장된 장식 대신, 재료의 구조와 균형에 집중한다.

 

 

몽실타래 – 설계된 단맛

 

당옥의 대표 메뉴인 몽실타래는 가늘게 뽑아낸 밤 크림을 수북이 얹은 몽블랑 형태의 디저트다. 밤 크림 아래에는 마스카포네와 치즈 크림, 카스텔라, 단팥이 층을 이루지만, 맛의 인상은 복잡하지 않다. 각각의 요소가 튀지 않도록 비율이 조정돼 있고, 단맛은 무겁지 않게 정리된다.

 

밤 크림을 실처럼 뽑아내는 방식은 시각적 효과를 위한 장치라기보다, 크림의 밀도를 고르게 분산시키기 위한 구조적 선택에 가깝다. 몽실타래는 ‘보여주기 위한 디저트’가 아니라, 계산된 질감 위에 놓인 단맛이다.

 

 

빙수 – 온도와 속도의 문제

 

제철 빙수 또한 같은 방향을 따른다. 곱게 간 우유 얼음 위에 과일이나 크림을 얹는 구성은 단순하지만, 얼음의 입자와 온도, 토핑이 녹아드는 속도까지 고려돼 있다. 단맛은 빠르게 치고 올라오지 않고, 얼음이 녹는 시간에 맞춰 서서히 정리된다.

 

재료의 수를 늘리기보다, 한 그릇 안에서 온도와 질감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다. 빙수 역시 기술보다 구조가 먼저 읽힌다.

 

 

밤 호두과자 – 태도의 연장선

 

당옥의 방향성은 몽실타래와 빙수에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밤 호두과자는 작은 크기의 디저트지만, 밤 앙금과 호두의 비율이 단정하게 맞춰져 있다. 단맛은 절제돼 있고, 씹는 과정에서 고소함이 먼저 남는다. 크기를 키우거나 요소를 더하지 않은 선택은 이 공간이 추구하는 디저트의 태도를 분명히 보여준다.

 

디저트가 남기는 인상

 

신동민 셰프의 디저트는 과거의 실험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분자요리라는 첨단의 언어를 충분히 경험했기에, 지금의 단순함이 가능해졌다. 당옥의 디저트는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다. 기술을 지나 절제로 도달한 단맛, 그 결과가 이 작은 공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보영 기자 wwwnit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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