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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하자

제1장 오늘도 어제와 같은 힘든 하루 (9)

 

경기헤드뉴스 성미연 기자 | 요즘 들어 기본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기본을 ‘참 쉬운 것’이라거나 ‘일반적인 시작의 단계’로 해석하면서, 흔히들 기본을 무시하고 보다 더 어렵고 힘든 고난이도의 기술만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기본은 나무의 뿌리와 같습니다. 그 기본을 튼튼하게 하지 못하면 시간이 갈수록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여 오래 유지될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 피아노와 태권도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아직 철없던 때라 친구들과 같이 배우면서 배움의 본질보다는 친구간의 경쟁에만 집중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적절한 경쟁이라면 오히려 학습에 활력이 되니 문제될 것이 없으나, 이 당시를 돌이켜보면 기본의 중요성은 무시하고 진도 나가기에 급급하여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데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선생님을 조르고 약간의 트릭을 쓰면서까지 올라간 고급단계는 역시 기본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계속할 수 없었고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 여러 번 노력해본 사람은 배움의 비밀을 알고 있습니다. 그 무엇이라도 당장의 진도보다 기본에 충실합니다. 기본을 잘하는 것이 매우 힘들고 그 자체의 의미도 대단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죠. 가끔 아이들 태권도장에 가보면 흰 띠로 일 년을 수련하고 계시는 어른들이 계십니다. 궁금해서 왜 아직 흰 띠인지에 대하여 여쭤보았습니다. 연세 지긋한 그 어른이 하시는 말씀은 “겉멋과 보여주기에 너무 신경 쓰면 안 됩니다. 기본에 충실하면, 그 다음은 가속도가 붙어요. 모든 것이 기본을 잘하면 절반은 한 겁니다”였습니다.

 

참 맞는 말씀입니다. 태권도뿐만 아니라 골프 같은 운동 역시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고급 단계로 올라갈 수 없는 이치와 같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본을 무시한 보여주기식은 필수 영어단어조차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타임지를 보거나 CNN 뉴스를 보는 것과 같은 꼴입니다. 언젠가 계속 하다보면 잘하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언젠가는 알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바라며 바위가 뚫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보다 효과적으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기본에 반드시 충실해야만 합니다.

 

기본에 반드시 충실해야 하는 다른 예를 생각해봅시다. 기관의 업체선정이나 창업지원사업을 선정하는 경우, 지원받고 싶은 업체들은 자료를 준비하여 제출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합니다. 모든 심사를 마치고 보면 대부분 심사위원들의 생각은 비슷한 경우가 참 많습니다. 어떤 업체가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선정되는가의 기준은 몇 가지 있을 수 있으나, 최소한 먼저 낙방하는 업체의 공통점은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업체입니다.

 

주관기관에서 보내준 양식조차 다 입력하지 못하고, 다른 양식으로 제출하거나 성의 없는 내용으로 접수된 서류들은 처음부터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더구나 이런 업체들은 질의시간동안 기본적인 질문에도 궁색한 답변을 늘어놓거나 임기응변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바로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여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채용담당자로서 입사지원서를 볼 때나 교수로서 대학생들의 시험지를 살펴보는 경우에서도 기본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제출요령에 어긋나거나 채점자가 알아보기도 어렵게 작성을 하고는 내용이 좋았는데 왜 기대치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느냐 하는 학생들이 가끔 있습니다. 채점을 기계가 하지 않는 이상, 제시한 제출요령에도 어긋나며, 심지어 이름조차도 찾을 수 없는 학생의 답안지를 친절함을 유지한 채 꼼꼼하게 챙겨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최소한 기본에 충실하고 그 위에 기술을 올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자, 지금 여러분이 하는 일들이 막혀 있다면 그 기본이 무엇인지를 잘 생각해보고 다시 시작해봅시다. 기본의 완성을 위해 일 년도 넘게 단정하게 맨 할아버지의 때 묻은 흰 띠가 아름다웠던 것처럼 말입니다.

 

천 리를 가는 여행도 첫 한 걸음으로 시작된다.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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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연 기자

성미연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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